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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인간관계의 본질은 서로에 대한 정직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지만 이 정직이라는 말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 것이 현대사회의 현실이다.
이른바 ‘정직한 사람은 손해 본다’라는 오해들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정직함은 미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요소이며 더 나아가 본질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정직=손해’라는 잘못된 믿음이 만들어졌을까?
첫 번째 이유는 이른바 생각의 오류 자체에 기인한다.
이른바 기억의 편향인 것이다.
많은 정직한 사람들이 별다른 손해 없이 일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또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한 듯 별 신경을 쓰지 않으며 기억에도 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직한 사람이 피해를 보거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이를 두고두고 기억에 담는다.
그리고는 정직의 무능함에 관한 자기충족적 예언을 지속해 나간다.
이러한 판단의 오류는 사실 정직 이외의 영역에서도 얼마든지 관찰이 가능하다.
‘그거 봐’라든가 ‘그럴 줄 알았다’는 탄식 뒤에 숨은 생각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두 번째의 이유이다.
이른바 정직함의 정도가 다른 성격 혹은 능력과 만날 때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는 열심히 살피면서도 의식상에 떠올려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켈러리 대학의 이기범 교수를 비롯한 이 분야의 저명한 심리학자들은 정직함이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가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관련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정직함이 강한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상식적인 대답은 ‘거짓말을 하지 않음’이다.
하지만 이는 정직에 관한 매우 협소한 의미이며 심지어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마치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물론 필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이 하나조차 제대로 실천하며 사는 것마저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정직함의 충분조건을 지니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직한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1. 타인을 조종하지 않고 가식적인 것을 싫어한다.
2. 공정하고 준법적이며, 부와 사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청렴하다.
3. 자신이 특별히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약자라 하더라도 특별한 하대를 하지 않는다.
이에 기초하면 정직함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특징을 보이는가에 관해서도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1. 목적을 위해 사람을 사귀며 필요 시에는 아부하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2.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규정과 규칙의 위반을 마다하지 않으며 부와 지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3.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가를 늘 생각하며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관계의 갑작스런 단절도 마다하지 않는다.
4. 타인의 위에 군림하려 하며 특권의식도 매우 강하다.
따라서 정직함이 떨어지는 사람은 다른 성격이나 능력 요인이 좋다 하더라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는그 결과가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즉 낮은 정직성과 다른 요인들이 만날 때 대부분 아주 좋지 못한 유형의 사람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정직함이 낮은 사람들이
* 원만성이 높으면 아첨꾼일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낮으면 이기적인 싸움닭의 모습을 보인다.
* 외향적이면 자아도취적인 사람이며, 반대로 내성적이면 거만한 고집쟁이일 가능성이 크다.
* 성실하면 자기밖에 모르는 음모에 가득 찬 야심가가 되며, 반대로 나태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불평불만자이다.
위의 몇 가지만 보아도 정직함이 떨어지는 사람은 그 외의 어떤 능력이나 성격이 결합돼도 결코 인간관계에 있어서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의 정직함 자체를 눈여겨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 결과로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부정적 모습을 통해서 내 관계의 네트워크 상에서 제거하거나 멀어지게 만들려 한다.
간단히 말해 만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끌거나 따르지도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고 또 의식하지 않아도 결국 정직함이라는 것을 기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끌며 또 따른다.
이끈다는 것은 정직함에 기초한 설득 하기고 따른다는 것은 그 정직함에 대한 응답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 정직을 아예 가장 먼저 본다.
부정직과 다른 요인들이 결합되어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부정적인 일들이 다 경험되고 난 뒤에야 후회하거나 당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몇 가지의 얄팍한 인간관계 기술이나 테크닉 혹은 카리스마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정직함을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우리의 자식, 후배, 그리고 후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쳐 주고 스스로 기를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
그렇지만 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늘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가 늘 ‘이 세상은 정글이다’라는 생각을 너무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분명 힘과 기술과 같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정직함마저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글에서의 생존만을 지나치게 고민하면 정직을 가장 먼저 희생시키게 되고 결국 인생의 끝까지 같이 가야 할 소중한 동반자들로부터 능력의 용도가 다했을 때 가장 먼저 버려지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를 주위에서 너무나도 많이 목격한다.
우리 자신을 인간관계에 있어서 쉽게 버려지는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오랜 세월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공존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 열쇠는 바로 ‘정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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